이것은 무거운 바위를 들어올려 올갱이를 보고야 만 오혜원의 집요함의 상징이다. 이 곳에서 올갱이는 오혜원이 살아가면서 채집한 타인의 지혜를 뜻한다. 그리고 오혜원은 이 올갱이들이 타인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라 믿어 이 공간에 풀어 공유하기로 한다. 사용자는 움직이지 않는 바위를 찾아 들어올려 보기를 바란다.

This is a symbol of Heiwon Oh's tenacity, only to see semisulcospira libertina by lifting heavy rocks. Semisulcospira libertina here means the wisdom of others collected by Heiwon Oh in her life. She decides to share them in this space. Find the rock that is not moving and lift it up.

매일 행복해야 하는가?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불안감이 찾아오곤 했다. 행복하지 않은 나의 기분을 행복하게 바꾸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물건을 사며 나를 달랬다. 최근까지도 그런 감정이 들 때면 나를 더 나은 기분으로 바꾸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그러던 어느 날에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순간 행복해야 하는건가? 매일 기뻐야 하고, 매일 즐거워야 하는건가? 나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은 그저 아무 자극이 없는 순간일 뿐이다. 오히려 평온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이 순간에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서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고, 객관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었다. 이 기분도 내 감정 중 하나일뿐인데 지금까지 오해를 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내게 찾아오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도 행복한 순간처럼 동등하고 귀한 감정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밝은 감정부터 어두운 감정까지 내 안애 일어나는 많은 감정들이 나타나고 사라질 때마다 잘 받아들이고 잘 지낼 수 있는 내가 되어보려고 한다. 찾아오는 감정들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생각들과 마음들을 잘 읽어내려고 한다. 모든 감정에는 의미가 있다. 감정은 내가 나에게 보내는 하나의 신호이기도 하다. 나에게 집중해서 원인을 찾고 해결해본다. 가끔은 내 감정들을 적당히 만끽하기도 한다. 감정을 잘 추스르고 다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한다.

-Erin Nam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친구라는 존재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에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20대,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보는 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러잖아요. 근데 아니더라구요.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에요.

-김영하

재능과 반복

열아홉 살 때는 재능에 관해 자주 생각했다. 글쓰기 수업에서 친구의 글과 내 글을 비교하다가 질투에 사로잡히는 시절이었다. 내가 더 잘 쓴 것 같다며 우쭐해지는 날도 있었지만 다음 주에 친구가 써온 새로운 글을 읽다보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낭패감이 들기 일쑤였다. 수업에서 우리는 정서적으로 엎치락뒤치락 하며 매주 한 편의 글을 썼다.

나는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궁금했다. 재능은 누군가를 훨씬 앞선 곳에서 혹은 훨씬 높은 곳에서 출발하게 만드는 듯했다. 재능이 있다면 더 열심히 쓸 참이었다. 만약 없다면 글쓰기 말고 다른 일을 열심히 해볼까 싶었다. 어떤 어른은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어른은 나에게 재능이 없다고 말했다.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 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지 오래다. 꾸준한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십 년 전의 글쓰기 수업에서도 그랬다. 잘 쓰는 애도 매번 잘 쓰지는 않았다. 잘 못 쓰는 애도 매번 잘 쓰지는 않았다. 다들 잘 썼다 잘 못 썼다를 반복하면서 수업에 나왔다. 꾸준히 출석하는 애는 어김없이 실력이 늘었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어쩌다보니 글쓰기 교사로 일한 지 6년째다. 학생 때 글쓰기 수업을 너무 열심히 들은 나머지 결국 글쓰기 교사가 되어버린 경우다. 십대들의 과제를 검사하다보면 수북이 쌓인 원고지들 사이에서 유독 빛나는 한 장을 발견하곤 한다. 다른 것과 똑같은 모양의 원고지인데 유독 그 원고지만 눈에 띈다. 나는 그것이 재능임을 느낀다. 어떤 아이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놀랍도록 탁월한 문장을 쓴다. 그가 제출한 원고지에서는 휘황찬란한 빛이 나는 것만 같다. 재능의 광채다.

그런 글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웬만하면 재능이라는 말을 빼고 피드백을 적는다. 그저 너의 글을 읽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쓴다. 로맹 가리의 엄마는 어린 로맹 가리의 문학적 재능을 발견하고 기대감에 부풀어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너는 커서 톨스토이가 될 거야! 빅토르 위고가 될 거야!”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커서 네가 될 거야. 아마도 최대한의 너일 거야.” 로맹 가리도 결국 로맹 가리가 되었다. 반복적인 글쓰기와 함께 완성된 최고의 그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그저 다음 주의 글감을 알려주며 수업을 마친다. 얼마나 평범하거나 비범하든 결국 계속 쓰는 아이만이 작가가 될 테니까.

십대 때 함께 글쓰기 수업에 다녔던 친구가 얼마 전 나에게 말했다. 어느새 너는 숙련된 세탁소 사장님처럼 글을 쓴다고. 혹은 사부작사부작 장사하는 국숫집 사장님처럼 글을 쓴다고. 나에게 그것은 재능이 있다는 말보다 더 황홀한 칭찬이다. 무던한 반복으로 글쓰기의 세계를 일구는 동안에는 코앞에 닥친 이야기를 날마다 다루느라 재능 같은 것은 잊어버리게 된다.

요즘엔 원고 마감을 하러 모니터 앞에 앉은 뒤에 한마디를 읊조린다. “땡스, 갓.” 나는 종교가 없고 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이 세계의 어딘가를 향해 감사 인사를 올린다. 써야 할 이야기와 쓸 수 있는 체력과 다시 쓸 수 있는 끈기에 희망을 느끼기 때문이다.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이슬아

쉽게 죽지 않기 위한 방법

-국과수 부검 전문가

완벽주의자라 완성하는 것이 힘들다면

처음에는 '대충'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겠다, 예상이 될 정도면 충분해요. 윤곽이 잡혔으면 '빨리'합니다. 디테일은 무시해요. 마무리 교정은 '잘'합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순서를 뒤죽박죽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 칭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잘, 빨리, 대충 작업을 하는데요. 이렇게 하니 제대로 결과물이 나올 수가 없죠.

폰트, 맞춤법 같은 건 나중에 신경 써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대충, 빨리 쓰는 거에요. 교정은 마지막 문장을 쓴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익명의 현자

창작할 때의 방법과 고민과 해답

Q. 어떤 식으로 작업하기 시작하는가?

A. 우선 영감의 경로를 선택한다. 내 내부(경험)에서 나오는 것을 취할지, 외부의 것을 취할지를.

Q. 작업하기에 앞서 압박감이 든다면 어떻게 하는가?

A. 여러 작가들을 찾아본다. 그들의 작품이 어떤지, 어떤 형상을 그렸는지, 무슨 사고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본다. 그런 요소들을 내 작업에도 적용해본다. 이렇게 계속 그려보다가, 이제 지겹다 싶으면 다르게 그려보는 거다.

Q. 타인의 칭찬이 되려 부담이 될 때는 어떻게 이겨내는가?

A. 그 압박감도 그저 쌓아갈 수 밖에 없다. 피드백을 적게 듣는 것도 방법이다. 내 마음에 들 때까지 숨겨두다가 나중에 보여주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Pack. CEO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중

마법처럼 시작하는 방법은 따로 없다

한 손에 펜을 쥐고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하는 스케줄로 이상적인 생활 방식이 가능하리라 꿈꾸고 있다면, 그런 낙관적인 생각은 당장 버리는 것이 좋다. 실망과 환멸을 맛보더라도 좌절하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거나 많은 노력에 비례해 돌아오는 것이 적어도 불만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각오가 없으면 처음부터 포기하는 편이 좋다.

시간은 규칙적이고 일정하게 주어진다. 이 점에 관해 특히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은 가불해서 낭비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내년의 시간이나 내일의 시간, 지금부터 1시간 후의 시간도 모두 고스란히 당신을 위해 남겨져 있다.

당신이 지금까지의 삶에서 앞으로의 시간을 낭비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손 한 번 안 댄 상태로 그대로 남아있다. 이것은 대단히 기쁘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사실이다. 그러한 기분만 가질 수 있다면 언제라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할 수가 있다. 우선 시작하면 된다. 마법처럼 시작하는 방법은 따로 없다.

-A.Bennett